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빈 라덴 사후…타운내 이슬람센터 첫 예배 현장을 가다, '강요당한 죄책감' 벗고 새시대로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 이후 무슬림 아메리칸(Muslim-American)들이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있다. 9.11 테러 이후 10년간 이슬람 신자라는 이유만으로 지고 있던 '강요당한 죄책감'의 짐을 벗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 빈 라덴 사망 후 첫 대예배가 열린 지난 6일 찾아간 LA한인타운 내 남가주이슬람센터(ICSC)에서도 그 기대감은 엿볼 수 있었다. ICSC는 남가주 최대 규모의 이슬람 사원이다. ICSC 예배에 참석한 알리 셰블리(31)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인들이 (무슬림들에 대해) 숨 쉴 여유를 찾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우리들을 좀 더 이성적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ICSC는 빈 라덴의 사망 직후 홈페이지에 공식 보도자료를 올려 "10년의 암흑기를 벗어나 새로운 시대(New era)를 맞이하게 된 것을 환영하고 안도한다"며 "대통령이 규정한 대로 빈 라덴은 지도자가 아니라 무슬림의 학살자"라고 극단적인 문구를 넣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그간 무슬림으로 견뎌야 했던 설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6일 워싱턴포스트지와 인터뷰에서 아샤드 차우드허리씨는 "대부분의 무슬림 아메리칸들도 9.11 테러의 또 다른 피해자"라며 "어딜 가든 손가락질을 받고 테러리스트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견뎌야 했다"고 말했다. 새 시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빈 라덴 사망 직후인 지난주 포틀랜드의 한 사원의 외벽에는 "오늘은 오사마 내일은 이슬람 차례(Osama today Islam tomorrow)"라는 혐오 낙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또 애너하임의 나이트클럽 앞에서는 업주 모하메드 알-카티브씨가 달걀 세례를 받았다. 정구현 기자

2011-05-10

남가주 최대 회교사원 ICSC 이맘 지하드 터크 인터뷰…"빈 라덴 사망에 안도 했지만 착잡했다"

"안도(relief)하면서도 착잡(mixed)했다." 남가주 최대 이슬람 사원인 '남가주 이슬람 센터(ICSC)' 의 차세대 이맘(무슬림 지도자)인 지하드 터크(39)씨는 지난 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과 관련된 입장을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그는 미국내 다음 무슬림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미국과 무슬림 사이의 가교이자 통로다. 팔레스타인 무슬림 아버지와 감리교인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 출생자다. 미국에서 자라나 대학까지 교육 받았고, 이란 유학도 다녀왔다. 무슬림들이 일생에 한번 꿈꾼다는 5대 의무중 하나인 성지순례를 2차례 마쳤다. 미국내 이슬람이 공격적인 포교의 수단으로 내세운 '흥행보증수표' 로 적임자인 셈이다. 인터뷰시 그는 신중한 표현을 고르기 위해 무슬림 대변단체(MPAC)의 LA책임자인 살람 알-마리아티씨와 동석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죽었다. 의미를 말한다면. "암흑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왔다. 빈 라덴은 과격파(fringe)로 죽음을 상징한다. 원래 이슬람은 생명의 이데올로기를 가진 종교다." -신도들의 반응은 어떤가. "첫 반응은 안도(relief)다. 빈 라덴은 무슬림에 대한 불공평한 고정관념과 잘못된 정보를 심어준 원천(source)이었다. 그래서 무슬림들의 무거운 짐이기도 했다. 특히 중동에 가족과 친지를 둔 무슬림들은 그의 사망이 민주화의 바람을 더욱 거세게 하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개인적 생각은. "그날 아이들을 재우고 뉴스 속보로 봤다. 감정이 복잡했다. 안도하면서도 백악관 앞에서 벌어진 축제에는 공감하진 못했다. 오히려 불행한 과거(9.11테러)가 떠올라 슬펐다. '길보 공포증(euphobia)'까지 느꼈다. 정의가 실현되길 바랬지만 또 다른 죽음(death)이 개입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빈 라덴 저격이 정당했다고 생각하나. "국제적 치안조치(police action)이라고 본다. 국제 전범을 추적해 교전중 발생한 일이다." -정당하다는 뜻인가. "경찰의 공무집행에 정당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나. 사상자를 최소화한 작전이라는 데에 공감한다는 뜻이다. 9.11 테러로 3000여명의 생명을 잃었다. 그후 테러와의 전쟁에서는 전세계에서 100만명 이상이 죽었다. 그 비난은 고스란히 무슬림 전체의 몫으로 돌아왔다. 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안심했다는 대답이 정직할 것이다." -라덴이 사망 당시 무장을 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발표가 왔다갔다 하고 있다. 심지어 그가 나체였다 아니었다는 말도 돌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보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빈 라덴의 죽음에 유감스러워 하거나 애도하는 교인도 있나. "내가 아는 한 없다. 월요일에 사원에 나왔더니 많은 신도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기도는 빈 라덴의 애도가 아니라 수많은 아랍국가에서 더 이상의 전쟁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빈 라덴 사망 후 사원내 달라진 점이라면. "외부인들의 출입이 늘었다. 기자들 말이다. 오늘까지 50개 언론사에서 우리 센터를 취재했다. 오늘도 몇개 언론사가 전화로 '빈라덴의 수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더라." -똑같은 질문을 물어야겠다. "이슬람이라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지 않나? 종종 미국 정부가 무슬림들에게 지나치게 예민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코란은 복수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나. "비난하고 책망(condemn)한다. '다른 이의 적이 되지 말고 보복할 권리와 기회가 있다고 해도 정도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한다. 또 '앙갚음하기 보다 무시하라'고 한다. '악에 대응하면 스스로 악이 된다'고 한다." -알카에다가 보복을 선언했다. "테러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보도를 접했다. 테러를 막기 위해 우리는 우리 몫을 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 -사원에 이번 사태와 관련된 행사가 있나. "이번 일 때문에 계획한 행사는 아니지만 매달 1~2차례씩 사법당국과 타운홀 미팅이 있다. 15일로 예정된 모임에는 시.카운티.주.연방 정부 8개 부서에서 책임자들이 나온다. 아마도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겠나."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2011-05-10

"무슬림이여, 인식을 전환하라" 직설적 조언

"빈 라덴 그의 죽음으로 흑암 시대 벗어나 안도" "삶을 빼앗는 행위는 알라 가르침 거스르는 것" "지난 주 전세계가 놀란 충격적 사건을 말하고자 합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death)입니다." 설교는 직설적이었다. 시작부터 핵심을 찔렀다. 성인 남성 무슬림 400여명이 빼곡히 앉은 대 예배당은 한순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신발을 벗고 예배당 문턱을 넘던 지각 교인들 조차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지난 6일 낮 12시 40분 LA한인타운내 4가와 버몬트 애비뉴에 있는 '남가주 이슬람센터(Islamic Center of Southern California·ICSC)' 의 금요 예배는 예민한 곳을 찔린 듯 불편한 정적과 함께 시작됐다. 이날 예배는 무슬림들에게는 의미가 깊다. 개신교에 빗대면 주일 대예배로 지난 1일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뒤 열린 LA 무슬림들의 첫번째 공식 집회다. 또 알카에다가 빈라덴의 죽음에 대한 보복을 천명한 날이기도 하다. 관심을 반영하듯 본당을 비롯한 4개 예배당은 말 그대로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찼다. 본당에서 밀려나 홀 바닥에 깐 양탄자 위에 엎드린 사원 봉사자 라힘 아리프(56)씨는 "올 들어 가장 많은 1500명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민감한 시기에 강단위에 선 설교자는 이 사원의 설립자이자 교회의 원로 목사격인 메헤르 헤투트(76.사진) 박사다. 그는 연로했지만 설교는 단단했다. '윤리(moral)'라는 보편적 잣대를 들어 무슬림으로서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원칙을 설명했다. 정도를 벗어난 행위와 생각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와 무슬림 형제 양쪽 모두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몇 일간 직장에서 학교에서 이웃들에게 '빈라덴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받았을 것"이라며 "어떻게 답변했는가?"라고 되물었다. 헤투트 박사는 "나는 빈라덴을 두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죽음으로 우리(무슬림)가 흑암의 시대에서 벗어나 안도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백악관 앞에서 춤을 출 수는 없다"고 경계를 갈랐다. 그는 "삶을 빼앗는 행위는 생명으로 윤리체계를 완성하는 '알라'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살인에 대한 비난은 테러분자나 미국정부나 누구에게든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투트 박사는 공개되지 않은 빈라덴의 사망 당시 사진 때문에 불거진 음모론도 일축했다. 그는 "사진을 공개하지 않으니 빈라덴이 살아있다고 믿는 형제들이 있다"며 "또 다른 엘비스 프레슬리나 히틀러를 만들고 싶은가"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헤투트 박사는 "여긴 최첨단 특수기술이 집약된 할리우드가 있다. 사진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좀 더 현명해지라"고 헛된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 것을 권면했다. 젊은 무슬림들에게도 따끔한 교훈을 던졌다. 그는 "어떤 이들은 빈라덴을 '신성한(Holiness) 영웅'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이들은 미국의 작전을 제임스 본드 영화 같다고 추켜세운다"면서 "하지만 양쪽 모두 윤리의식의 부재(absence of moral)'에서 비롯된 심각한 오류"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팽배해있다면서 "수단이 정당치 못하면 결코 목적도 선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빈라덴 시신의 바다 수장으로 비롯된 논쟁에 대해서 그는 "수 십차례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는 한가지만 말했다. 수장이 이슬람 관습에 맞느냐 틀리느냐는 질문에는 답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땅에서 태어나 땅에 뭍히는 자연의 법칙이 왜 이슬람의 법칙에 적용되어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설교를 마치며 그는 무슬림들에게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요구했다. "대립과 언쟁 싸움은 승리(scoring point)가 아닙니다. 이슬람의 가치와 무슬림의 존엄성은 우리가 결정합니다. 결코 그들(비무슬림)이 우리를 규정짓도록 허용하지 마십시오." 그는 "신께서는 우리가 그분을 위해 죽기를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살기를 원하신다"고 설교를 끝맺었다. 통상 설교보다 20분 더 이어진 원로목사의 설교는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집회 후 여러 교인들은 헤투트 박사를 찾아와 "감동적이었다" "가르침을 받았다"고 악수를 청했다. 무슬림들은 예배 중 서로 하나가 됐지만 사원을 나서며 이방인인 기자에게는 말을 아꼈다. 설교처럼 '이제 이슬람의 가치를 새로 정해야 할 때'라는 시대적 요구에 답을 찾는 듯 했다. 정구현 기자

2011-05-10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